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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가 나선 `전력망 연결`…동북아 군사긴장 풀 열쇠 될까
글쓴이 : 연구소 작성일 : 2018.04.20 13:53:25 조회 : 16,396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내달 중순 한중 정상회담서 슈퍼그리드 핵심 의제 추진"
몽골-韓-日-中-러 연결할 전력망은 경제의 핏줄 역할
5개국 정치적 합의가 관건…성사 땐 동북아 평화 앞당겨

■ 서울 기후-에너지 콘퍼런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과 우리들의미래(이사장 김상협)가 공동 주최한 제4차 기후-에너지 콘퍼런스가 지난 2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다. 김홍균 한국전력 계통기획처장과 미와 시게키 일본 소프트뱅크에너지 최고경영자(CEO) 등 한국 일본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의 전문가 6명이 `동북아 슈퍼그리드 현안과 전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들의미래]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 "다음달 중순 열릴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역내 전력망 연결)'를 핵심 의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지난 2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과 우리들의미래(이사장 김상협)가 공동 주최한 제4차 서울 기후-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슈퍼그리드란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해 복수의 국가가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공유하는 전력망을 뜻한다. 전력망 연결을 통해 '원아시아'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송 위원장은 "유럽연합(EU)이 석탄·철강 공동체에서 출발했듯이 동북아에서 경제의 핏줄 역할을 하는 전력망이 연결될 경우 피를 나눈 유대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정치 현안보다는 전력망 연결, 철도 연결 등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동북아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며 "슈퍼그리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상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재앙이 발생한 뒤 제안한 것이다. 몽골 고비사막의 신재생에너지를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로 연결하는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동북아의 에너지 공동체를 결성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협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최근 수년간 손정의 회장과 수시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해 왔다. 한국전력은 자체 타당성 검토 결과 경제·기술적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검토를 마친 상태다. 이에 논의가 다음달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송 위원장은 "다음달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 슈퍼그리드를 실천해 나가자고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그리드라는 혈관으로 동북아를 연결해 피가 통하도록 하겠으며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슈퍼그리드로 동북아가 연결되면 각국은 효율적인 에너지 수급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블랙아웃(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예비율 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 송 위원장은 "몽골 고비사막이 새로운 신재생에너지의 토대가 되고 동북아가 슈퍼그리드로 연결되면 21세기 평화를 이끌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현안과 전략'을 주제로 한 별도 강연도 열렸다. 

미와 시게키 일본 소프트뱅크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사물인터넷(IoT)이 인체의 '신경계'라면 사물전력망(grid of things)은 '혈관계'"라며 "슈퍼그리드는 전기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기기들을 연결하는 IoT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와 CEO는 슈퍼그리드의 원천인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도 역설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 단가가 kW당 미국 달러화 기준 1.78센트라고 한다. 연 2%씩 20년 동안 꾸준히 비용이 상승해도 발전 단가는 2.6센트/kW에 불과하다. 그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환경보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신재생에너지는 민간에도 가장 저렴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경제성에 더해 자연이 주는 무궁무진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몽골 고비사막에 부는 바람과 태양광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3TW(테라와트)에 이른다고 한다. 1TW는 1kW의 10억배에 해당한다. 3TW면 아시아 전체에 공급해도 충분한 전력량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마디로 비축량에 경제성까지 갖춘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우려와 기후변화 등 갖가지 부작용을 씻어버릴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강연에 참석한 연사들은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국가 정상 간 정치적 합의'를 들었다. 역내 전력망 통합은 1990년대 말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안보 문제 등과 엮이면서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홍균 한전 계통계획처장은 "기술적으로는 모두 준비돼 있다"며 "정치적으로 (장애물이) 해결된다면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순조롭게 완성돼 전력을 거래하고 국가 간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와 CEO는 "소프트뱅크는 자민당(일본의 집권 여당)을 방문해 아시아 슈퍼그리드와 관련한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했다"며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지 못하면 (사업 성공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지금 문 대통령이 주는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산자브 간볼드 주한 몽골대사 역시 "지역 차원에서 강한 정치적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며 "5개 당사국이 관여하는 높은 수준의 협약을 체결하고 거점 지역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규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상에 송전선을 설치하는 것에 비해 해저에 케이블을 매설하는 것은 비용 차이가 상당하다"며 "사업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연구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쩌우펑치 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에너지연구소장은 "아시아에는 영토·자원 등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있다"며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슈퍼그리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망 연결은 아시아 전체에 혜택을 줄 것"이라며 "통합하고 싶다면 뭉쳐야 하고, 아시아를 위한 것이라면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범 기자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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