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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늘어난 도쿄 '김대중 추도식' "한국의 정권 교체 덕분인가"
글쓴이 : 연구소 작성일 : 2018.04.20 11:06:19 조회 : 14,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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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훈 일본 민진당 참의원이 도쿄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  백진훈 일본 민진당 참의원이 도쿄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인삿말을 하고 있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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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다 정권이 바뀐 덕분인가 보오. 그동안 너무나들 수고했소."

도쿄 재일한국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서 만난 재일동포 한 분이 내 어깨를 툭 치며 '감회가 새롭다는 얼굴'을 보였다. 이 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 2주기 때부터 꼬박꼬박 추도식에 참가하셨던 분이다. 

그리고 그때 열대여섯에 불과했던 추도객이 8주기에 이르러 100명이 넘었다. 자리가 부족해 3분의 1은 선 채로 처음부터 끝까지 약 두 시간에 달하는 추도식을 자리 한번 뜨지 않고 지켜봤을 정도다.

지난해 7주기 때는 유족 측을 대표해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이 참석해 의미가 깊었는데, 올해는 현역 국회의원인 송영길씨가 추모강연을 했다. 또 별다른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일본 민진당 소속의 하쿠 신쿤 (한국명 백진훈) 참의원도 일반 추도객 사이에 끼어 추모식을 지켜봤다. 양동준 도쿄민주연합 상임대표가 그를 발견해 인사말이라도 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있다가 갈 뻔했다.

해외 및 도쿄 이외의 지역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가했다. 독일 민주연합 손종원 대표, 중국 상하이민주연합의 전대웅 대표를 비롯해 하태윤 오사카 총영사, 최보인 오사카 한인회 이사장, 히로시마에서 온 일본 사민당 인사 등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한국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휘 국제국장, 세계한인민주회의 정광일 사무총장이 직접 도쿄로 날아왔다. 

또한 일본인들의 참가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평소라면 한 시간 정도로 끝났을 추도식이 두 시간이나 걸린 이유도 이들을 위한 통역서비스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늘어나는 행사시간 때문에 실무진행을 맡았던 김달범 도쿄민주연합 대표가 "제 인사말을 빼겠고요, 다른 분들도 짤막짤막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내빈들에게 부탁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상영에 이어 인사말에 나선 하태윤 오사카 총영사는 대등한 한일관계를 정립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간단하게 나열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회담을 통해 일본대중문화를 개방하겠다고 했을 때 한국 내의 반발은 극심했다. '식민지 지배의 기억이 남아있어 왜색문화가 범람할 것'이라고 언론이 걱정했고, 여론도 매우 안 좋았다. 여론의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면 아마 국내 여론을 핑계 대고 한발 물러났을 것인데 대통령님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였고, 그 결과 어떻게 되었나? 한류가 오히려 일본에 정착하고 대등한 한일관계 성립의 단초가 되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정치인으로서의 확고한 신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타 정치인들과는 다른 부분이다."

"동북아 정세 보면 '김대중 정신의 복원' 필요하지 않나"

지인으로부터 추도식 소식을 듣고 참가했다는 하쿠 신쿤(한국명 백진훈) 참의원도 인사말을 통해 "요즘 같은 시대야말로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해와 용서, 대등한 한일관계와 남북관계를 위해 평생을 다하신 그 노력을 남아 있는 우리들이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기 위해서 저부터 당장 일요일 한국에 가 한일의원연맹 모임에 참석해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김 전 대통령의 변함없는 철학이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일단 만나서 이야기해보자' 아니겠는가"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내빈들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추모강연에 나선 송영길 의원은 "지금 동북아 정세를 보면 '김대중 정신의 복원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신이 러시아 특사로 파견되었던 일화 등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하며 좌중을 사로잡았다. 또한 송 의원은 서두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이 추도식의 역사를 듣고 놀란 게 뭐냐면 원래 이런 행사는 대사관이나 민단에서 공식행사로 해야 하는데, 지난 정권 하에서는 그게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좁은 장소에서 마치 독립운동하듯 추도식을, 그것도 한 번도 끊이지 않고 매년 했다는 것이 매우 놀랐다. 한편으론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이 독립운동도 결실을 맺게 된 것 같아 너무나 기쁘고 뿌듯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도쿄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추모강연을 하고 있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도쿄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추모강연을 하고 있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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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송영길 의원은 '김대중 정신의 복원이 필요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사독재 시절 김대중 대통령님의 삶과 그가 보여준 투쟁의 언어와 행동이 우리들에게 준 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8월 15일이 해방 혹은 광복의 시대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분단시대로 인식하셨던 그분의 말이 지금 한국 상황에 딱 들어맞고 있다. 이번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러시아 특사를 했다. 러시아에 가서 푸틴 대통령도 만나고, 여러 고관들도 접견했다. 

그런데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한국이 우리(러시아)를 포함해 주위 강대국에 북핵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때마다 그 친구들이 이러는 거다. '아니 같은 민족끼리 해결하지 그걸 왜 우리한테 말하는가'라고.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는 155개 민족이 모인 연방이며, 미국과 중국 역시 여러 민족과 인종으로 구성된 국가다. 일본도 오키나와, 홋카이도 원주민을 생각하면 단일민족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면서 왜 자기네들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가'라는 것이다. 솔직히 할 말이 없더라."

또한 그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기념사를 높이 평가했다. 

"솔직히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8.15 기념사를 들으면 6.25 기념사와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를 들으면서 감동한 것 중 하나가 아무리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이 전쟁 시나리오를 짜고 있어도 한국의 승락 없이는 안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우리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한 그는 뜨거운 감자인 전시작전권 문제, 개성공단, 북한에 대한 접근 등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솔직히 전시작전통제권을 저기 다른 나라에 맡겨 놓고 주권국가라 할 수 있겠느냐. 요즘 공관병에 대한 갑질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정말 전쟁이 난다고 했을 때 저래 가지고 싸울 수 있겠는가. 중국 칭화대 1년동안 연수하러 간 적이 있다. 그때 검색엔진에 한국 전시작전권을 넣어봤는데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기 나라 국방권을 외국에 준 나라였다. 

또 '북한여행' 검색하면 한국만 제외하고 전세계 모든 나라 국민이 북한을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긴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톡 왕복할 때 러시아항공 타면 거기까지 1시간 45분 걸리는데 대한항공 타면 3시간 이상씩 걸린다. 왜냐? 북한 상공을 러시아 항공은 날 수 있는데 한국 항공기는 날 수 없으니까 우회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시간차가 나는 것이다. 이 상황이 지난 9년간 이어져 왔다. 집권세력의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송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단한 점이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러한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최초로 깬 분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셨다. 공산주의는 사실상 무너졌다. 이념적 차원에서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다는 것은 가능성 제로다. 6.25는 마오쩌둥과 스탈린이 지원했고, 북한 자체의 공업력 생산력이 한국을 능가했었다. 반면 일본은 전후 폐허가 되었고 미국은 애치슨 선언으로 한국을 제외시켰다. 

여러 이유가 결합돼 6.25 전쟁이 일어난 것이지. 지금은 북한GDP가 한국의 45분의 1 수준이다. 중국 러시아도 북한을 마냥 지원하지 않고. 그런데 북한은 왜 저러나? 원래 형제간에도 못 사는 쪽이 자존심은 센 법이다. 게다가 고구려 피도 섞여 있다. 수나라 당나라과 맞서 싸운 선조의 후예다. 지금은 미국과 맞짱뜨는 거의 유일한 나라고. 이런 나라와 상대할 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밖에 없다. 9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김대중 정신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송 의원은 그 이유로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그 근거로 푸틴 대통령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푸친은 지금까지 다섯 명의 한국 대통령을 만났다. 또 내년에 무조건 당선될 것이니까 2024년까지 대통령을 할 것인데, 내가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일화를 들려줬다. 북한이 한창 핵개발을 할 때였는데, 김 위원장이 자기한테 '우리는 절대 핵 포기 못 한다'면서 가다피, 후세인 이야기를 들려줬단다. 그들이 핵포기하는 바람에 미국의 응징을 받았다면서 우리가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이 금방 달려들 것이라고. 그런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각이 당연히 김정은에게도 이어졌겠지 않겠는가? 

핵포기가 힘들다면 경제제재는 효과가 있을까? 그것도 별로 효과가 없다. 원래 못 사는 나라에 경제제재 해봤자 일제시대 예를 들며 '그래도 그때보단 지금이 낫지 않는가' 해버리면 국민들이 납득해 버린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것은 대화와 교류밖에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만나서 일단 이야기를 하고 합법적으로 달러를 벌어들이게 해주고… 그러니까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유일한 대안이다."

송영길 의원 "북한 문제 해결, 대화 물꼬부터 터야... 일단 만나야 한다"

송 의원은 개성공단과 쌀 지원부터 시작하자고 말한다.

"먼저 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것인데, 개성공단은 북한이 정상적으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다. 정상적 수입, 이거 참 중요한데, 정상적 수입이 없으면 비정상적인 방법, 예컨대 마약, 위조지폐, 무기판매, 그리고 종국에는 핵무기까지 판매해서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 북한 핵기술, 핵물질이 이슬람 국가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해봐라. 악몽이다. 벼랑 끝에 몰리면 북한이 그러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까 구석으로 몰면 안 된다. 

일단 개성공단 재개는 한국입장에서도 좋다. 여기 북한 노동자 월급이 한 달에 100달러다. 노조도 없으니까 파업도 없어 일정한 생산량이 언제나 확보된다. 러시아에 한 5만 명 정도 북한 노동자가 있는데 거기 한 달에 2만 루블, 달러로 환산하면 400~500백불 정도된다. 그러니 한 달에 100불이면 어마어마하게 싼 노동력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쌀 것이다."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위해선 남북이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게 김대중 정신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 그러면서 쌀 지원도 하자. 한국에 지금 버리는 쌀, 동물 사료로 처리하는 유통기한 지난 쌀이 1년에 100만 톤씩 나온다. 참 이거 말이 안 된다. 한쪽에서는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데 한쪽에선 쌀을 버리고 있으니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이걸 지원하면서 대화 물꼬를 터 나가자. 이게 북한 군량미로 전용된다는 의혹이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유엔감시기구가 들어가서 철저히 확인한다는 조건을 붙여도 되고. 이런 것들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일단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정신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또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송 의원은 "나는 최종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연결되고, 유럽연합에 버금가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상을 이어받고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력한 힘이지만 평생 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약속드리겠다"라며 추모강연을 마쳤다.

 18일 도쿄 재일한국인연합회 사무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  지난 18일 도쿄 재일한국인연합회 사무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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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일정이 다 끝나도 추도객들은 물론 추도식 행사를 준비한 이들은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넘쳐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오래 지속된다. 

지난해, 아니 지난 8년간 '혹시라도 찍히지나 않을까,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걱정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권교체와 김대중 정신의 복원을 실감한 도쿄 밤하늘이 청명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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