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섭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 회원
봄과 함께 따듯한 바람이 불어온다. 매서운 한파에도 봄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이 따뜻한 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저 때가 왔으니 봄일 뿐이라며 춘곤증 걱정부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얼어붙어 있던 한국 경제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랜 시간 얼어붙었던 동토를 녹이기 위해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 위원회를 조직했다. 유라시아 횡단 철도, 가스관 사업, 스마트 그리드...우리를 설레게 했던,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것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봄과 함께 봄의 전령들이 찾아왔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서 20명의 청년 e-서포터즈를 맞아 발대식을 마련했다. 관공서에서, 국회의원 앞에서 주눅이 들만도 한데, 그들은 밝고 당당했으며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관련 전공자들로 북방경제협력 위원회의 성패가 본인의 향후 진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을 아는 듯했다.
식이 시작되어도 들뜬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의례가 잠시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었으나, 말 그대로 잠시뿐이었다. 시작이라는 떨림이 누군가에게는 긴장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설렘일 수도 있다. 긴장하는 사람들은 직원들과 출입기자들 뿐, 주인공들은 파티를 즐기기 위한 자리인냥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송영길 위원장이 자리한 뒤에도 파티는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나의 e-서포터즈 위촉을 축하하는 ‘지리고, 오지는’ 날이므로, 모든 순간을 휴대폰에 담는다. 송영길 위원장조차 근엄하고 어려운 위원장, 국회의원, 어르신의 타이틀을 떼어내고, 나의 SNS를 빛내줄 셀럽으로 변신시킨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CN Blue의 이정신도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철저하게 내가 주인공인 파티다.
딱딱한 국가 기관에서, 국회의원 앞에서, 기자들이 들이대는 카메라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희망을 봤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스스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강국에 둘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인재들은 보물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분위기 파악하고, 나대지 않는 ‘철이 든’ 학생들보다는, 자신을 표현할 줄 알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로부터 기성세대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봄과 함께 따듯한 바람이 불어온다. 매서운 한파는 물러갔으나, 이따금 꽃샘추위가 찾아올 것이다. 따뜻한 날 즐거운 마음으로 씨앗을 뿌릴 것인지, 꽃샘추위에 대한 걱정으로 문을 꼭꼭 걸어 잠글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 문재인 정부와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그리고 e-서포터즈들은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