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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부담스럽다는 청년들에게
글쓴이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8.06.01 13:05:19 조회 :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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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섭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 회원

 

전랑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는 중국 영화죠.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관람을 고사하고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중국 국내에서만 개봉해서 중국인들에게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소위 “국뽕”영화니까요. 2017년 일본 박스오피스 순위 top 10 중 7개는 애니메이션, 만화영화입니다. 많은 일본 영화인들은 일본 영화 산업의 후퇴를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외에 소개된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잠깐 알려진 <너의 이름은>정도입니다. 하지만 일본 영화산업의 규모는 여전히 한국의 세 배에 이릅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에 비해) 그리 큰 노력이나 노오력 없이 성공신화를 쓰는 기업가들이 많습니다.
 
중국이 마음 놓고 국뽕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이유, 일본이 유치하다고 비난받는 만화영화만으로도 영화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이유는 내수시장의 힘입니다. 세계 경제 규모 2위와 3위의 두 나라는 영화 사업 뿐 아니라, 모든 사업을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춰도 될 만큼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늘 <수출만이 살 길이다>라고 외쳐왔습니다. 문자 그대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중국은 비교할 것도 없이 일본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토와 인구를 가진 나라입니다. 어찌 보면 이만큼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기적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경제 성장은 정체되었고, 조만간 인구절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습니다.
 
통일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당연히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과 통일의 당위성에 의문을 가지는 입장입니다. 특히 청년층의 70%는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통일에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아무래도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듯 합니다. 영토가 넓어지고, 인구가 많아지면 우리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내수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거니까요. 하지만 투자대비 성과가 10년, 20년 후에 나타난다면 청년들 입장에서는 또 <남의 일>이 되겠죠? 결혼과 출산도 포기한 상태라면 <후손을 위해~> 어쩌고 하는 것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시선을 돌려 지금, 당장,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죠. 위에 내수 시장을 언급했지만, 무역 부문에서도 (적어도 청년들에게는) 혁명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 무역을 하려면 어떤가요? 기본적으로 물류비 부담이 엄청납니다.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당연히 엄청난 물류비용이 들고, 고정 물류비를 커버할 수 있을만큼의 물량을 다루어야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초기 자본이 없는 청년들이 무역으로 창업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된다면 어떨까요? 다리만 건너면, 세계 최대의 시장 중국, 최계 최대의 영토를 가진 러시아로 갈 수 있습니다. 동대문 시장의 속옷과 양말, 동네 수거함을 통해 모은 헌옷들, 김떡순 리어카를 끌고 건너갈 수 있습니다. 10만원, 50만원, 100만원으로도 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통일이 아니라, 북한과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는 수준만으로도 아무런 비용없이 누릴 수 있는 혜택입니다.
 
21세기 들어서며 가장 각광받는 산업 중 하나가 MICE입니다. 한반도의 긴장이 사라진다면, 아마도 다음의 대치국면은 미국을 대리하는 일본과 중국의 긴장이겠죠. 대한민국은 이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서로 기싸움을 하는 양국간의 정치적 회담, 상대국의 견제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연락사무소나 대리점들 설치가 한국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취업기회가 많아지거나, 혹은 여러분들이 직접 대리점 사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철도가 연결이 된다면 수 많은 유럽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겠죠. 배낭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 끝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면서도 왠지 땅끝까지 가보고 싶은 그 마음을. 유럽에서 베이징, 블라디보스톡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가면 가장 넓은 대륙의 동쪽 끝까지 가보고 싶지 않을까요? 유라시아 횡단 열차의 종점까지 가보고 싶지 않을가요? 요즘 북미정상회담을 보며 제가 줄곧 생각하는 것은 <부산에 게스트하우스 차리고 싶다>입니다. 별다른 희생과 비용없이 지리적 이점만을 활용한 손쉬운 사업이 되지 않을까요? 물론 대형 호텔 프렌차이즈들도 눈독을 들이겠지만, 배낭여행객들의 숫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해외를 나가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나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을. 여러분이 취업을 위해 해외에 나갔을 때, <내전중인 분단국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면 어떨까요?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유럽에서 온 외국인과 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시선은 어떤가요? 말은 아니라고 해도,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진 배경에 따라 동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은 극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기회는 도전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법이죠.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런 기회는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공무원 수가 늘어날 수는 있겠군요) 모두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도전하는 자에게, 투자하는 자에게, 희생하는 자에게, risk를 감내하는 자에게만 return이 주어질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이 이곳입니다. 통일 비용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통일비용 없이 통일의 혜택만을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청년 여러분들이 이런 태도를 견지한다면 통일의 수혜를 받기를 어려울 것입니다. 비단 통일만 그럴까요? 동네에서 조그만 장사를 하더라고 임차비용, 인테리어비용 등의 초기 창업자금이 필요합니다. 그 위험을 감당한 자만이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리스크가 사라지면 외국인 투자도 늘어나고, 외국 기업 유치도 많아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일자리도 많아지겠죠. 위에 MCE 산업 관련하여 언근했든, 아직은 제재와 부패가 많은 중국에 직접 들어가기보다는 한국에 동북아 HQ를 설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 2,3위 시장에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수익과 평화지대>가 생겨나는 것이죠. 홍콩보다 수 백배 큰 경제 자육구역의 탄생이 될 것입니다. 마치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의 역할처럼 말이죠.
 
통일 자체가 장기적으로 엄청난 이익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내 세대는 아니었으면 하는 어느 정도 이기적인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희생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세에 반하는 불평 불만만 가질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통일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자본이 없어서, 대기업의 횡포 때문에, 흙수저로 태어나서 등등 지금 여러분이 창업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핑계가 사라지는 시대가 옵니다. 여러분이 취업을 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열심히 써내려간 <열정, 패기, 도전정신>이 말뿐이었다면, 통일은 여러분에게 고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진정 <열정, 패기, 도전정신>을 가졌다면,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시기를 살고 있는 여러분은 역사상 유례없는 혜택을 보는 세대가 될 것입니다.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한반도 평화의 물결이 나에게 고통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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