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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
우리가 기대했던 진보는 어디에 있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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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섭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 회원
전과가 많으면 어떠냐 경제만 살리면 된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니 잘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많지 않은 선거를 치루면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지지 이유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러한 이유로 보수의 지지층은 무섭게 결집했습니다. 어떤 논리적인 근거도 없었고, TV 토론에서 말 뿐인 공약의 실상을 보았으면서도, 그들의 지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합리적 근거로 지지한 것이 아니었기에, 합리적 반박은 그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했습니다. 진보 진영의 지지자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그들에게 수구꼴통, 틀딱 이라는 혐오 단어를 써가며 비판했습니다. 국민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며 한탄하는 소리도 많이 들렸습니다. 9년 이라는 인고의 시간 끝에 진보 진영은 승리했습니다. 상식이 비상식을 이겼다 했습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겼다고 했습니다. 대선 뿐 아니라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경쟁자가 없는 강력한 더불어 민주당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축제를 벌이게 됩니다. 보수 진영이 몰락한 상태, 아니 보수진영과는 관계없이 진보 진영 내의 경쟁이었습니다. 무식하고 수준 낮다고 비난하던 수구 꼴통들이 없는...그러니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수준 높은 진보 진영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들은 늘 보수는 고집스럽고 멍청하지만, 진보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고 했으니까요. <이재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수 많은 당원들이 후보들에게 입장 표명을 요청했습니다. 문재인을 지키는 후보, 당원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후보, 국회를 정상화 시킬 수 있는 후보 등 다양했던 당대표에 대한 기대가, 이재명의 신변처리 하나로 좁혀지게 됐습니다. 논쟁은 있을 수 있습니다. 논쟁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곧 상대방이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논쟁은 사라지고 인신공격만이 남았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새누리당을 찍겠다는 어느 아주머니를 조롱하던 그들이, 같은 진보 진영내의 상대편 지지자들에게 같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나와 뜻이 다르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이던 그들처럼,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찢빠로 몰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성을 찾자고 발언하는 사람들조차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 되어, 잡상인 취급 당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박정희의 딸이니 보고 배운 것이 있어서 잘 하겠지 기대하는 사람들을 비웃었습니다. 언제까지 끼리끼리 뭉치면서 패거리 정치를 할 것인지, 개인의 역량보다는 배경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들을 한심하다 했습니다. 국민 수준이 미개하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의원대회의 핵심은 “누가 더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가?”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니까 지지하는 것은 한심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이었으니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사람이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발탁했던 사람이니까 지지하는 것은 괜찮을까요?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우리 눈에 대들보는 보지 못 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자주 <정치하는 인간들 다 똑같다>라며 비판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 대의원 대회를 보면서 <정치인들이 다 똑같은 이유는 유권자들이 똑같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북유럽의 청렴한 국회의원을 본받아야 한다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을 비난하지만, 정작 나의 소중한 한 표는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후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친박, 친노, 친문에게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내가 좋아하는 의원이 친노, 친문인 것은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친노라서, 친문이라서, 그것이 내가 그 사람을 지지하는 유일한 이유라는 것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패거리 정치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20년, 30년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분명 저들과는 달라야하지 않겠습니까? 뜨거웠던 겨울의 촛불과 대비되는, 역사상 유래 없는 더위에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대의원 대회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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