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봉화산 정토원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님 추모법회에서 추모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과 다짐의 말씀이었습니다. 저의 다짐이 우리 모두의 다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전문을 올립니다.
해마다 봉하마을에 노란 물결이 일렁인지 어느 새 9년입니다. 그립고 또 그리운 노무현 대통령님, 그 곳에서 편히 계신지요. 9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 노무현’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36년 전인 1982년, 당신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은 두 분께도, 국민에게도, 운명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마지막 문장을 남긴 바 있지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운명은 두 분의 운명 뿐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인 이정표였습니다.
당신께서 언제나 꿈꾸던 “한반도의 봄”, “야! 기분 좋다” 하며 흐뭇하게 지켜보고 계신지요. 당신께서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천명하시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오명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가치도 평화 위에 두지 않겠다”며 평화를 위한 전략의 핵심이 “공존의 지혜”이고 그 지혜의 요체가 “신뢰와 포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숙제”를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도 잊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뢰와 포용”의 자세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당신에 이어 세 번째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습니다.
순탄치만은 않은 4대 강국과의 힘겨루기에서 “공존의 지혜”를 앞세우며 동북아를 넘어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당신의 가르침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섬이나 다름 없었던 남한, 모든 불행의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분단의 역사는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날이 올 것입니다.
또한 당신께서는 “역사는 전략과 정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꿈과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말씀하시며, “우리의 미래는 대륙에 있다” 힘주어 말씀하셨지요.
당신의 정부는 허황되고 비이성적인 공세에 시달렸으나, 정책적으로 분명한 비전을 가진 성공한 정부였습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경의선을 완공하여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철도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도라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남방한계선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며 저와 국민 모두는 “통일 한국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박노해 시인이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고 했던가요. 비록 당신 생전에 “대륙 연결의 꿈”은 완성되지 못했지만, 당신의 “대륙”을 향한 비전과 사무친 마음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남과 북의 높은 벽이 교류와 협력의 문으로 바뀌고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활짝 꽃피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늘 “꿈이 먼저 있고 전략이 있다”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영호남을 아우르는 “동서화합”의 꿈, 동서화합을 통한 “남북화해”, “민족대통합”의 꿈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경쟁력이 아니라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 사회의 통합”이라던 당신의 말씀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물려준 값진 유산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당신은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낡은 권위와 특권에 도전하며 이제껏 가져보지 못한, 누려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셨습니다.
덕분에 모든 국민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그 한없는 자유를 만끽하며, 민주주의의 비약적인 발전과, 성숙과, 심화를, 몸소 체감하며 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지고 싶다” 하시며, 당신께서 늘 강조하셨던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은 당신이 세상에 남겨준 마지막 선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다시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는 적지만 믿음직한 문재인을 친구로 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라던 말씀을 마음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저도 국민도 그를 믿습니다.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언컨대, 당신처럼 국민만 바라보겠습니다.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습니다. 인간의 행복, 존엄을 그 중심에 놓는 민주주의, 그 위대함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을 “나라다운 나라”의 이름으로 국민과 더불어, 국민 속에서,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당신께서 그토록 꿈꾸던 국민통합, 민족통합을 위한 평화와 번영의 꽃을 활짝 피울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