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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사연 소식
| [먹사연 칼럼]_이슬라마바드의 아침, 협상의 문턱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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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마바드의 아침, 협상의 문턱에서 송종운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 소장)2026년 4월 11일 이슬라마바드의 아침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고급 호텔 회의실에 4월 11일 아침 불이 켜졌다. 한쪽 끝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가 앉았다. 반대편에는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와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앉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 만에 처음 마주한 양국의 최고위급 대면 협상이다.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섰고, 세계의 이목이 이 한 테이블 위에 쏠렸다. 불과 6주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방공망을 동시 타격한 이래로 중동은 전면전의 문턱을 몇 번이나 넘나들었다. 수천 명이 죽고 이란과 레바논의 도시들은 잿더미로 변했으며, 브렌트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화요일 트럼프 대통령과 테헤란이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 전쟁은 일단 '협상 국면'으로 넘어왔다.
이번 휴전은 세 개의 전선이 서로를 볼모로 잡고 있는 형국에서 태어났다. 미국-이란, 이스라엘-헤즈볼라,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하나라도 어긋나면 다른 두 개가 즉시 무너진다. 지난 사흘간 협상을 위태롭게 한 것은 정작 이란이 아니라 이스라엘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했고, 금요일에도 베이루트 코르니쉬 지역이 또 한 차례 폭격을 맞았다. 이란은 "이것은 휴전의 위반"이라며 회담 취소를 위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카드를 과신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배후에서는 네타냐후에게 공격 축소를 요청했다고 한다. 동맹이 동맹을 제어하지 못하는 비대칭 관계가 이번 전쟁의 내내 반복된 풍경이었다. 이란 쪽도 단일 대오는 아니다. 협상단을 이끄는 갈리바프 의장은 출발 직전 X에 글을 올려 "협상 개시 전 이란의 동결 자산부터 풀어야 한다"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작년에 『협상: 외교의 힘』이라는 책에서 "이란은 결코 핵 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인물이다. 테헤란 내부 강경파는 이번 휴전을 '일시적 재정비의 기회'로 여긴다. 미국 정보 당국 평가에 따르면 이란은 여전히 수천 발의 탄도미사일을 지하 저장소에서 꺼낼 수 있으며, 이란 미사일 발사대의 절반가량은 수리·회수가 가능한 상태다. 피트 헤그셋 국방장관이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파괴되었다"고 선언한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다. 요컨대 이번 휴전은 "서로 때릴 힘이 남아 있다"는 불안한 균형 위에 세워진 임시 구조물이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장기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다면, 전쟁은 몇 주 안에 다시 타오를 수 있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휴전 속 저강도 소모전'이 반년, 일년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를 천천히 목 졸라오는 상황이다.
우리가 이 전쟁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총성은 중동에서 울렸지만, 청구서는 전 세계 가계부로 배달되고 있다.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원유 가격의 '이중 장부'다. 지난 화요일 휴전 발표 직전, 유럽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잠깐 130달러를 찍었던 기록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아거스 미디어의 집계에 따르면, 실제로 유조선으로 원유를 사고파는 현물 시장에서는 가격이 배럴당 145달러에 근접했다. 사상 최고치다. 2월 28일 공습 직전의 두 배가 넘는다. 선물 가격은 '한두 달 뒤 상황이 진정되리라'는 트레이더들의 기대를 반영하지만, 현물 가격은 '지금 당장 기름 한 통이 필요한 사람이 치러야 하는 진짜 가격'이다. 두 가격의 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것은 현대 원유 시장 역사상 유례가 드물다. 그 간극이 곧 불확실성의 크기이며, 세계 경제가 떠안고 있는 리스크의 무게다. 유럽은 이미 두 번째 에너지 쇼크에 빠져 있다. 27개 EU 회원국의 천연가스 저장량은 겨울 끝 무렵에 30% 밑으로 떨어졌다. 러시아 파이프라인이 끊긴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월 28일 공습 이후 유럽 도매 가스 가격은 70% 넘게 뛰었고, 각국 정부는 다음 겨울을 나기 위해 몇 배로 비싸진 LNG를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가계 난방비, 공장 전기료, 식품 가격이 줄줄이 따라 올라간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가 "전쟁이 재발하고 호르무즈가 다시 막히면 세계 경제 성장은 크게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엄살이 아니라 계산된 진단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그중 상당량이 호르무즈를 거쳐 들어온다. 브렌트유 109달러, 현물 145달러라는 숫자는 머지않아 주유소 휘발유 가격으로, 도시가스 요금으로, 라면값과 택배비로 되돌아온다. 수출 중심 경제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중동발 스태그플레이션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에너지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무너질 것이다. 먹고사는문제연구소가 왜 국제 정세에 끼어드는지 묻는 분들이 계시다면, 답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국경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숫자 뒤에는 얼굴이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무기 전문가들이 검증한 분석에 따르면, 2월 28일 개전 당일 이란 남부 라메르드시의 체육관과 학교, 두 곳의 주거 단지를 때린 무기는 미국산 정밀타격미사일(PrSM)이었다. 21명이 숨졌고, 그중 5명이 어린이였다. 가장 어린 희생자는 두 살이었다. 같은 날 미나브의 한 학교에서는 토마호크가 떨어져 175명이 죽었다. 미군은 처음에 "우리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위성사진과 잔해 영상이 쌓이면서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정밀타격'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기만적인가. 정밀도가 아무리 높아도, 표적을 잘못 고르면 그 정밀함은 참사의 좌표가 된다. 우리는 이라크전에서 같은 비극을 보았다. 바그다드의 '외과수술적 타격'이 수십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을 죽였고, 수천 명의 미군 병사를 관에 넣어 돌려보냈다. 그 전쟁이 만들어낸 것은 '민주주의의 확산'이 아니라 ISIS였다. 2003년의 교훈은 2026년의 라메르드에서 또 한 번 반복되었다. 역사는 스스로를 교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말하고, 다짐해야만 조금씩 바뀐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핵 사찰", "원심분리기 수", "제재 해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진짜 협상되어야 할 것은 그 밑에 있다. 아이들의 이름으로 기록되지 못한 전쟁범죄의 계산서, 6주간의 폭격이 지역 경제에 남긴 구멍, 해상 운송이 마비되며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노동자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방식으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도록 만들 국제 규범이다. 외교의 힘이란 거기까지 손을 뻗을 때에야 비로소 '힘'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이번 협상의 미국 측 얼굴은 반개입주의자 JD 밴스 부통령이다. 공공연히 "해외 분쟁에 미국이 자원을 쏟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온 사람이, 바로 그 전쟁의 출구 설계를 떠맡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밴스 본인도 이 역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전쟁 초기에는 거리를 두려 했던 사람이 이제는 그 결과와 분리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때때로 "달걀 껍질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고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협상을 맡기는 동시에, 연방 복지 프로그램의 부정·남용 적발 임무까지 얹어주었다. 주말에는 헝가리 오르반 총리의 선거 지원 출장도 다녀왔다. 대통령 후계 구도 속에서 밴스는 트럼프의 시험대 위를 쉼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 자신도 복잡한 계산에 빠져 있다. 뉴욕 타임즈의 조나단 스완과 매기 하버만의 최근 취재(NY Times 4.7일자)에 따르면, 2월 11일 네타냐후가 백악관 상황실로 내려와 직접 대통령을 설득한 바로 그 브리핑이 이 전쟁의 분기점이었다. 비관적인 정보 평가와 밴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결국 "직감"을 따랐다. 그리고 6주 뒤, 그 직감의 청구서를 밴스에게 넘긴 셈이다. 중간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미국 내 여론은 급속히 피로해지고 있다. 전쟁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에너지와, 전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정치적 에너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다. 전자는 극적이지만 후자는 지루하고, 전자는 영웅을 만들지만 후자는 희생양을 만든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밴스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단지 이란 외교관이 아니라, 워싱턴 정치 구조 그 자체다.
우리는 지금 단기 봉합, 저강도 소모전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 있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하면 곧바로 저강도 소모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이게 깨지면 전면전 확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전쟁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의 기축이지만, 동맹은 '무조건적 군사적 가담'과는 다르다. 이라크전 당시 노무현 정부가 자이툰 부대를 비전투 재건부대로 제한한 결정은 우리 외교사에서 자주 잊히지만, 그 조심스러운 결단이 한국 사회가 치러야 했을 비용을 크게 줄였다. 그 교훈은 2026년에도 유효하다. 또한 "호르무즈의 출구전략", 즉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해상 운송 루트가 막히는 상황에 대비한 비축·대체·외교의 3중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에너지 안보의 이중화다. 호르무즈가 부분적으로라도 막힌 지금, 석유·가스 비축량, 수송 루트 다각화, 국내 전략 비축 기지 점검이 당장의 과제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대에 머무는 한 정부 재정과 가계 지출은 동시에 압박받는다. 유류세 탄력 조정뿐 아니라,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 중소 제조업체 대상 연료비 완충 대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둘째, 외교의 복합 활용이다. 파키스탄이 이번 협상의 중재자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미·이란 사이에서 한국이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신중한 조정자'로서의 위치는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일본·호주 등 동맹 축과의 조율은 당연하되, 걸프 국가들과 중국, 인도와의 대화 채널도 동시에 열어두어야 한다. 어느 한쪽에 몰입하는 순간, 우리의 교섭력은 급격히 줄어든다. 셋째, 국내 민생 충격 흡수 체계의 재점검이다. 국제 에너지·식량 가격 충격을 자동적으로 완화하는 구조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 정부·국회·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외부 충격 대응 기본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매번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치가 허둥대고 국민이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슬라마바드의 테이블에서 어떤 문구가 합의문에 담기든, 우리가 마주하게 될 '협상 이후'의 세계는 예전과 다를 것이다. 원유 시장의 선물·현물 간 괴리는 최소 몇 달간 지속될 것이고, 유럽의 가스 비축은 여름 내내 고통스럽게 복원될 것이다. 이란은 지하에 남겨둔 미사일 일부를 끌어올려 재편성할 것이며, 이스라엘은 레바논 국경에서 저강도 충돌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그리고 라메르드의 체육관에 묻힌 21개의 이름은, 협상 테이블에는 올라가지 못한 채 시간에 묻혀갈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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